이번에야말로 그 가게를 가보자, 1박 2일 하카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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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의 계기는 3개월 만에 받은 연휴였습니다. 그 동안은 계속 하루만 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몸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도 정말 지치는 힘든 3개월 이었습니다.


 1박 2일이라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 값이 아깝다는 생각도 조금 하기는 했지만, 그것 보다는 정말정말 여행을 가고 싶었고, 친한 사람들과 만나서 쓰잘데기 없는 얘기도 나누고 싶어서, 돈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배로도 갈 수 있었지만, 배로 가는 2시간 조차도 아까웠고, 또 저는 공항과 비행기를 좋아해서 일부러 비행기를 고집했습니다. 특히 대마도 공항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해서... 헤헤.



 이번 여행은 짧았던 만큼 재밌는 컨셉을 하나 잡았는데, 바로 '이번에야말로' 였습니다.


 저는 후쿠오카에서 살 때, 항상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는데, 매일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신경 쓰이는 가게들이 참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다음에 꼭 가보자.' 라는 생각을 하며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그 가게들을 가보지 못하고 후쿠오카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가게들을 들어가보려고 합니다.


 근데 그냥 신경쓰이는 가게들이 너무 많았던 것일수도 있겠네요. 왜냐면 후쿠오카에 살면서 꽤 많은 가게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셨거든요.



 어쨌든, 대마도에서 후쿠오카를 가봅시다.



 처음 와보는 대마도 공항.


 대마도의 공항은 산 위를 깎아서 만든 공항으로, 야마네코 공항(やまねこ空港)이라고도 합니다. 절벽 위에 있는데다가, 바람까지 센 편이라서, 규모에 비해서 베테랑 조종사 분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고 하네요. 비행기 너무나 무서운데 정말 다행이다.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대마도 버스.

 비행기 착륙을 기다리는 것인지 운전 기사분이 없었습니다.



 대마도 공항에서 일하면 엄청 편할 것 같네요. 하루에 6편, 모두 ANA항공.



 체크인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타고 갈 비행기가 보입니다.

 진짜 프로펠러 비행기!! 처음 타보는 프로펠러 비행기!!


 큰 비행기는 3-4-3으로도 되어있는데, 이 비행기는 2-2 였습니다. 귀욥.



 프로펠러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사진을 찍으면 재미난 사진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지도 않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대마도와 후쿠오카가 너무 가깝다 보니, 이륙하자마자 바로 착륙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이런 섬에서 살면 어떤 느낌일까.

 자급자족? 이끼?



 야후돔과 후쿠오카 빌딩도 구경합니다.

 보통 비행기보다 비행고도가 조금 낮은 것인지 야후돔이 굉장히 크게 보이네요.



 오오호리 공원도 구경하고...

 대마도에 있다가 와서 그런가 건물이 바글바글한게 참 신기하네요. 한창 오사카, 도쿄 여행 다닐 때도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도착하고 첫 끼는 컨셉과 맞지 않게 자주 가던 돈카츠 집입니다. 근데 꼭 가고 싶었거든요... 양이 굉장히 많고,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유명한 곳, ぎおん亭. 1년 만에 온 것 같은데, 여전히 크고 맛있더라구요. 카라아게는 조금 딱딱해서 별로였습니다.



 정말 밥 많이 먹는다는 사람들도 배부르다고 하는 이 곳.




 첫 목표는 항상 신경쓰이던 카페입니다. 출퇴근 할 때 들어가기에는 시간대가 좋지 않았고, 쉬는 날에는 하카타 역까지 오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항상 신경만 쓰던 카페입니다.


 珈琲館 / 橡 가게의 이름도 신기합니다.

 카페가 아니라, 커피관 상수리나무.



 굉장히 엔티크한 카페 외관. 하카타 역에는 이런 가게들이 몇 개 있는데, 항상 얘기를 들어보면 하카타 역 주변에 논과 밭만 있을 때부터 장사를 하던 가게들이 많더라구요. 여기도 그런 느낌인 것 같네요. 논과 밭만 있을 때 여기서 장사를 시작했다가, 하카타 역이 갑작스럽게 큐슈의 중심이 되면서 다른 가게들은 떠나고, 남은 가게만 엔티크한 분위기로 남게 되는거죠.



 일본의 오래된 카페는 흡연이 가능한 곳이 많아서 조금 불편하지만... 카페 분위기 만큼은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커피는 아주아주 평범했지만, 카페 분위기 만큼은 하카타 역 주변에서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카타 역 주변에는 이제 체인점 말고 이런 카페 자체가 많이 없기는 합니다.



 카페의 소품들이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목화가 놓여 있는 테이블도 있더라구요. 단골처럼 보이는 할머니 손님과, 나이가 지긋하신 마스터가 재밌게 수다를 떨고계셨습니다.



 굉장히 평범했던 아이스 커피.

 커피 종류가 이것저것 많던데, 다른 걸 마셔볼 걸 그랬나봐요.



 다음 목표는 이 앞을 수백번은 지나갔는데, 장소가 하카타 역 앞이라 싫다면서 가지 않았던 이자카야, 'よかたい総本店(요카타이 총본점)'. 항상 만석이고, 구글 지도 평가도 평범하게 좋은 편인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들어가보지 않았던 이자카야 입니다.


 우리나라도 역 앞의 가게들은 맛이 없다거나, 맛보다는 장소가 좋은 걸로 장사를 한다는 느낌이 강하듯이, 일본도 똑같은 것 같더라구요. 이 날 여기서 후쿠오카 사람 5명이 모여서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다들 한 번도 와 본 적도 없고, 와 볼 생각도 해 본적이 없다고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저 앞을 지나갈 뿐...



 요카타이는 후쿠오카의 사투리로, '그 정도면 됐다', '이 정도면 됐어' 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사진 오른쪽에 살짝 찍힌 곳은 일본 특유의 타치노미 석(서서 마시는 자리) 입니다. 자리에 앉아 마시는 게 아니라 서서 가볍게 마시고 훌쩍 떠나는 느낌? 그래서 술이나 안주 가격도 테이블보다 저렴합니다.



 よかたい 総本店



 자릿세를 내고 받는 기본 안주, 오토오시. 두부였던 것 같은데, 치즈 같이 아주 쫀득쫀득한게 맛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날, 노미호다이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8종류의 안주와 주류 무제한 제공으로 3,500엔이었던 것 같네요. 맥주가 생맥주가 아니라 병맥주 한정이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먹고 싶어서 따로 주문했던 난코츠 카라아게(물렁뼈 튀김).

 지금까지 이렇게 맛없는 난코츠 카라아게는 먹어 본 적이 없다는 것으로 모두 의견을 통일했습니다.


 그래도 이 안주를 제외하고는 무난하게 맛있고,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5명이 2시간 30분 동안 먹고 마시고 했는데도, 15,000엔 정도. 보통 이자카야는 1시간 30분이 라스트 오더, 2시간이 제한 시간인 경우가 많은데... 넘나 좋은 것.





 마무리는 하카타역 치쿠시구치의 바, 엔티크 바 헨리 풀(アンティークパブ、ヘンリー・プール)입니다. 사실 이 곳은 여러번 온 적이 있는 가게지만... 아는 분이 이곳 단골이라 또 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몇 번 다니면서 참 재밌고 괜찮은 가게라고 생각했었구요.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직원분들이 정말정말 호감형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서비스 업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정말정말 친절하고 정말정말 친근합니다.



 항상 올 때 마다 마시는 메뉴가 바뀌게 되네요. 처음 왔을 때는 잭콕이었던 것 같은데, 저번에는 탄산수, 이번에는 호가든 화이트. 호가든 화이트 근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 날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흔들리는 사진 + 정체불명의 브이자.




 비가 오거나 너무 피곤할 때는 여기서 버스를 타고 퇴근을 했었는데... 버스 정류장이 어느새 깔끔하게 바뀌어 있더라구요.


 내가 없는 동안에도 후쿠오카는 잘 돌아가고 있었구나.



'이번에야 말로 그 메뉴를 먹어보자.'

 회사 앞의 이자카야 런치, 나가사키 짬뽕. 이 가게도 한 50번은 왔던 것 같은데, 어떻게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먹어보지 않았던 것이 정답이었던 것 같아요. 면이 딱딱하고, 국물이 조금 밍밍하면서 미지근한 것이 별로였습니다.

 다른 메뉴들은 정말 맛있었는데. 아쉽.



 가기 전에 들러서 간단히 커피 하러 들린 하카타역 앞의 KULA.



 '커피만 마시셔도 됩니다!!' 라고 적혀있는 출입구.

 이 사진을 찍어 온 이유는... 2년 정도 전에 이 가게에 처음 들어가면서 '저기... 커피만 마셔도 되나요?' 라고 물어봤던 기억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많이 물어봤나 봅니다.



 나는 오후에 출근이라 커피를 마셨지만, 같이 온 사람은 쉬는 날이라며 맥주를 마셨습니다.

 하..



 언제나 너무 좋은 후쿠오카.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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