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오키나와, 헤이와도리 상점가와 고양이 그리고 카페 (35커피)
- 여행/오키나와 여행
- 2016. 3. 21. 11:02
오키나와 여행의 마지막 포스팅.
내가 가장 오랜시간을 보낸 국제거리 뒤, 헤이와 거리'平和通り' 대한 이야기다.
사실 어디부터가 국제거리고 어디까지가 국제거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슨무슨 도오리(~通り)가 너무나도 많았다.
국제거리에 대한 포스팅에도 적었지만, 잿더미였던 거리에 극장이 들어오고 백화점은 주차장을 찾아 먼 곳으로 떠나면서, 생계형 가게들은 모두 헤이와 거리로 빠졌다고 한다. 실제로 가보면 국제거리에는 전혀 없는 반찬 가게, 도시락 가게, 작은 카페와 빵 가게 그리고 헌책방, 천 가게, 타치노미(서서 마시는 저렴한 술집) 등등...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여기만큼은 일본의 여느 상점가와 비슷하다.
(굵은 글자는 내가 좋아하는 가게들.)
지켜보고 있다. / 뭐야 깜짝 놀랐잖아...요.
정말 거미줄처럼 여기저기 골목이 있다. 그리고 그 골목마다 꽤 분위기 좋은 가게들도 많다.
수제 죠리 가게도 있었는 데, 내가 죠리를 신지 않는 게 아쉬울 정도로 특이하고 예쁜 디자인이 많더라.
이 고양이들은 항상 이 근처에 있는 것 같더라.
그리고 고양이가 많다.
오키나와는 사람들이 고양이한테도 친절한지, 고양이가 사람을 봐도 잘 도망가지 않고 다들 참 깔끔하고 예쁘다.
새끼 고양이.
아직 새끼라 그런가? 조금 주춤주춤 한다.
앞에 있는 건 뭐지? 고양이 밥 치고는 색이 짙구나. 과자인가? 게 껍데긴가?
골목 여기저기에 고양이 밥그릇도 많고 물그릇도 많다. 다른 동네 같았으면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라고 적혀있을 만한 곳인데, 정반대다.
우리나라의 어디어디에도 고양이 밥그릇을 설치했더니 오히려 쓰레기를 뒤지지 않게 되어서 동네가 깔끔해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생각해 볼 만한 방법이다.
물론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 뿐만이 아니라, 밤에 싸우는 소리나 애기 울음 소리를 내는게 싫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지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오키나와 참 좋더라.
슈리성 포스팅에도 올렸던 고양이.
까만 고양이도 참 매력적이구나.
'거주자 외 사용금지' 라고 적혀있는 벤치와,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감싸져 있는 박스에서 곤히 잠을 자는 고양이.
참으로 좋구나.
내가 주문한 건 아이스 커피 하나 뿐인데, 시음해 보라며 따뜻한 커피와 신제품인 히비스커스 차를 가져다 주셨다.
이런 저런 기념품도 많이 판다.
나는 여기서 드립팩을 10팩 사왔는 데, 마실 때 마다 오키나와 생각도 나고 참 좋다.
머그컵을 사오고 싶었는데...나는 오른손 잡이인데 컵의 디자인이 왼손 잡이용이다.
왼손으로 잡아야만 35커피 마크가 보인다. 오른손으로 잡으면 35커피의 마크가 뒤로 돌아가서 나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안 사옴. 머그컵 사오려고 캐리어도 비워놨는데. 힝
그리고 헤이와 거리에 있는 이치 커피, ichi coffee
컵 그림 위에 'くつろぎ'라는 말이 적혀있는 데,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다.
번역하면, 편안하게 있는 것? 편안함? 대충 그런 의미다.
오키나와는 섬이 따뜻해서일까, 다른 지역에서는 본 적이 없는 오픈형 카페들이 정말 많더라.
커피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헤이와 거리의 카페들을 들러 보는게 좋지 않을까? 참 재밌다.
아이스 커피의 잔이 정말 독특하다.
오뚜기 같다고 해야하나, 동글동글하다. 이런 잔은 처음 본다. 커피 맛은 연한 편인데 딱 좋다.
주인 아주머니가 굉장히 상냥하시다.
오키나와 여행 왔는 데, 정말 좋은 곳 같아요, 살아 보시니까 어떠세요? 하니 자기는 오키나와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며, 정말 좋은 곳이라고 자주 여행오라고 하신다.
스타벅스 얘기도 하고, 후쿠오카 얘기나 자주 들러주시는 손님 얘기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는 잘 마셨습니다, 사진 한 장 만 찍어도 될까요 했더니 당연히 괜찮다며, 고맙다고 하신다.
그래서 찍은 사진이 저 위에 가게 사진. '사진 잘 찍혔어요? 괜찮아요?' 하시는 데 왠지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킬리만자로 250엔? 킬리만자로 커피라는 것도 있나보다. 토스트랑 이런 저런 메뉴들도 있었구나.
간판 위에 있는 사진은 방송에 나온 장면인 것 같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지나가면서 봐 두었던 엔도 카페. 사진에는 안 보이는 데 카운터 너머에 올해 초등학생이 된다는 따님이 앉아있다.
셋째 날 가려고 했었는데 임시 휴업이라 문을 닫았더라. 그 때의 절망감이란.... 정말 다행히도 다음 날은 정상 영업.
여기도 오픈형에 따뜻한 분위기. 단지 좀 특이했던 점이라면, 커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더라.
안에서 뭔가 윙윙 하고 하던데, 주문을 받고 원두를 손으로 갈아서 뽑아 주신걸까? 잘 모르겠지만 커피 맛은 좋았다.
지금 앉아 계신 저 분이랑 같이 갔었는데, 가게 오픈 시간 직후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커피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침 밥을 아직 먹지 않은 상태여서 빵 같은 게 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 하고 있었더니 유모차를 끌고 아주머니 두 분이 오시더니 마스터와 인사를 나누고는 오늘도 잘 부탁한다며 스콘을 잔뜩 놔두고 가신다. 카페에서 대신 팔아주는 건가보다.
이미 커피는 다 마셔버렸는데...시무룩
가게에서 직접 원두를 볶으시는 듯
커피를 파는 카페이기도 하면서, 맥주를 파는 바 이기도 하다.
안주는 어떻게 하는 걸까? 스콘 만으로는 부족할텐데... 음식 메뉴도 따로 있었나? 아니면 근처 가게에서 사 오는 걸로?
컵이 거칠고 투박한데, 시원해서 좋다.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이런 저런 손님들이 들어온다.
와서 영수증 정리하는 사람도 있고, 근처 가게에서 잠깐 쉬러 오신 분도 있고.
이 편안한 분위기, 참 좋구나.
계산하면서 카페가 참 분위기가 좋네요, 했더니 커피도 맛있었어요? 하고 물어보신다. 당연하죠, 잘 마셨습니다...
여행이냐며, 어디에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요 했더니 오, 일본어 잘 하시네요 해주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긴 명함도 있어서 한 장 받아서 다음에 또 온다고 말하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마지막이 카페 파라솔
이 가게도 마지막 날에 들른 가게인데, 4일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가게였다.
이런 가게가 있었다면 무조건 기억에 남아있었을 텐데, 어째서...했었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수께끼가 풀리더라.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은 카운터 아래.
어제 오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도저히 커피는 더 못 마실 것 같은데 이 카페에 너무 앉아있고 싶어서,
죄송한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고 와서...핫도그만 먹어도 되나요? 했더니 아, 물론이죠 물론이죠. 하고는 분주하게 준비를 하신다.
역시나, 여행으로 오셨나요? 하고 물어보셔서 네, 후쿠오카에서 왔어요 하니 오! 돈코츠 라멘 진짜 맛있죠! 부럽다- 하신다.
그리고는 자기도 어제까지 대만 여행을 1주일 간 다녀왔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신다. 어쩐지, 그래서 가게를 본 기억이 없었구나.
내가 심심하지 않게 말을 걸어주시면서도 핫도그 빵을 자르고, 소세지를 구우시고, 양파와 피클을 준비하고 분주하시다.
머스타드와 케첩은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뿌려먹는 게 맛있다며 케첩과 머스타드 통을 밀어주신다.
맛있을 거라고 하시면서 핫도그를 건네주셔서 좀 기대 했는데, 정말 맛있다.
그냥 평범한 핫도그지만, 빵을 오븐에 그냥 넣어 둔 채로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잠시 구워서 방향을 바꾸고 또 바꾸고 하셔서 그런지 빵이 정말 바삭바삭하다.
양파도 맵지 않고, 피클도 적당히 맛이 잘 들었다.
핫도그를 맛있게 먹고, 이런저런 얘기도 주고받고.
슬슬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어서 가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나요? 했더니 '당연하죠, 다들 찍으시더라고요. 맘껏 찍으세요.' 하시며 포즈까지 잡아주신다..
완전 좋아. 미소가 멋있어.
나는 커피를 하루 세 잔 이상 못 마시는 사람이라 가보고 싶은 카페는 너무 많았는 데, 시간이 모자라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
게다가 첫 째날과 둘 째날은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지, 국제거리가 어떤 곳인지 파악하느라 시간을 많이 쓴 바람에 가보고 싶은 카페는 아직 산더미만큼 있는 데, 다 가보지 못하고 돌아오려하니 너무 아쉽더라. 그렇다고 들어가지도 않은 카페를 사진만 찍고 도망가자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진도 찍지 못하겠더라.
참 아쉽구나.
날씨가 따뜻한 오키나와라서 이런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카페들이 있을 수 있는 거겠지.
파라솔의 주인 분한테 들은 얘기로는 이런 작은 오픈 카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불과 3~4년 전부터라고 한다.
주 손님은 나 같은 관광객이 30퍼 정도, 나머지는 근처 주민분들인 것 같더라. 가게 크기도 작으니, 딱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도 없고, 앉아서 30분 정도 마스터와 수다 떨고, 다른 손님들과 수다 떨고 그러고 본업으로 돌아가고 한다.
35커피에서 사온 드립커피를 마시면, 오키나와가 떠오른다.
아이스커피의 그 바다 향은 느껴지지 않지만, 충분히 맛있는 커피.
오키나와는 장기 숙박을 하는 손님들도 꽤 많은 편이라고 하는데, 나도 다음 번에는 한 달 정도 시간을 가지고 오키나와에 가고 싶구나.
그리고 카페인 걱정 할 것 없이, 여유를 가지고 오키나와 국제거리의 모든 카페를 가 보고 싶구나.
그리고 저녁에는 '바'로 변한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구나.
좋았다 오키나와, 정말로.
다음에는 무조건 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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