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역 야키니쿠 사부라이와 함께 생존신고,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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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로 돌아오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것은, 후쿠오카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린 것이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직원들과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는데, 나를 계기로 이제는 이름만 남아있는 회사의 前직원들 5명이 모여서 술을 마셨다. 


 뭔가 나를 위해서 전혀 만나지 않던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 '좋은 사람들 만나며 나도 좋은 사람으로써 살아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술을 마시며 사람들의 근황을 물어봤더니, 한 사람은 빵 집에, 한 사람은 부동산에, 두 사람은 전 회사의 거래처에 취직을 한 상황.

 이제와서 보니 너무나도 특이한 조합이다.


 모임 장소는 하카타 역 직장인들의 아지트, よかたい総本店. 특별하게 유명하다거나 대표 메뉴가 있는 술집은 아니지만, 하카타 역 바로 앞이라 항상 지친 직장인들로 바글바글한 곳. 정말 신기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1년 전에는 하카타 역 앞의 직장인이었지. 지금은 텐진, 야쿠인, 하카타, 공항 등등... 여기저기로 각자 자기 인생 찾아갔지만.

 후쿠오카를 벗어나 히로시마, 오사카 등으로 이직을 사람들과도 만나서 술 한 잔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얘기를 들어보고 싶네.



 1차에서 2명이 집으로 돌아가고 가진 2차. 아침까지 마시자며 간 2차였지만, 역시 직장인은 직장인... 새벽 2시쯤 되니 자리에 앉아 조는 사람이 나와서 급하게 해산하였다. 사실 나도 너무너무 졸렸기에, '아, 너무 아쉽네요...' 하면서도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그나저나 술을 마시면서 졸다니... 웃기면서도... 슬프면서도...


 이렇게 정말 오래간만의 후쿠오카 노미카이를 마무리 하고 나서, 나도 후쿠오카에서 일을 다시 시작.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또 회사가 나를 너무 믿고 밀어주려 하는 것 같아서, 기대에 못 미칠까 걱정도 많이 되지만, 일단은 최선을 다해보는것으로.




 그리고 약 한 달, 다시 가지게 된 노미카이. 하지만 이번에는 둘이서만.


 전 직장에서 2년 간 옆자리에 있던 직원에게서, '오랜만에 아이들과 부인이 놀러가게 되었다.' 면서, '평소에는 집안일도 해야하고, 아이들도 봐줘야 해서 시간이 안된다.' 며 슬퍼하던 그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야키니쿠를 먹으러 가자!!' 라고...


 사실 나는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일본에서 야키니쿠를 먹으러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이유는 굉장히 단순하다. 집에서 구워먹어도 맛있고, 그게 훨씬훨씬 저렴한데 도대체 뭣때문에...? 내가 설거지나 집안일을 어려워 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랬을까? 어쨌든 그랬다.


 하지만 설득에 또 설득을 당하여 가게 된 焼肉さぶらい. 그래, 나는 총각이고, 이 사람은 유부남이니까, 가고 싶다는 곳으로 가야지.

 그나저나 사부라이는 무슨 의미일까, 가장 유력한 설이었던 '사무라이의 오타' 가 아니었다는 것은 일단 엄청난 충격. 결국 사부라이의 의미는 미궁 속으로.



 위치는 하카타 역에서 걸어서 5분~10분 정도. 가는 길에 좋은 가게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좋은 구경 및 산책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저기도 가보죠!!' 하는 얘기도 하고, '아, 저기는 그 사람이랑 같이 가봐야지.' 하는 생각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야키니쿠 사부라이. 생각보다 작고 조용한 느낌의 가게였다.

 요즘 가게의 바깥 사진 찍는 것을 너무 자주 깜박한다고 반성중이었는데, 여기도 어김없이 깜박했다.



 지인은 가정이 있다보니, 항상 저렴한 가격에 맥주를 아주아주 많이 마실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항상 가는 곳이 노미호다이(飲み放題, 알코올 무제한) 코스가 있는곳 이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나... 했더니.


 여기... 발포주가 한 잔에 100엔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아사히 생맥주도 200엔? 300엔인가 그랬다.


 '도대체 비밀이 뭘까.' 하고 맥주를 가져 올 때 유심히 살펴봤더니, 비밀이고 자시고 그냥 아주아주 저렴한 캔맥주를 컵에 따라 오는게 다였다. 그래도 참 신기하지, 보통 우리나라의 고깃집은 고기로 남기는 이익보다 술로 남기는 이익이 많다고 하잖아? 여긴 오히려 맥주를 저렴하게 주면서 고기를 많이 팔아먹는 전략인건가?


 맥주 맛은 무난하게 맛있음.

 애초에 맥주가 맛이 없을수가 있나.



 기본 세팅으로 뭔가 새콤시큼한 소스와, 달콤매콤한 소스. 그리고 오토오시(자릿세)로 나온 기본 안주 양배추...

 저 양배추에 뿌려져 있는 저 소스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양배추만 한 3그릇 리필해서 먹은 것 같다. 


 내가 계속해서 깜짝 놀라니 같이 온 지인분이 이건 야키니쿠 집에 가면 어디에나 있는 양배추와 소스라며 날보며 어이없어 하셨다.

 뭐야... 그렇단 말이야? 놀랍구만, 일본 야키니쿠.



 내부는 이런 느낌.

 허름하고 조용하고 조그맣다. 우리가 오기 전에 단체 손님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들어오면서 교대하듯 빠져나가셨다. 계속해서 3테이블~4테이블 정도의 손님들은 있었던 것 같다.



 역시나 술로는 돈을 벌지 못하는 곳이 맞는지, 고기가 양이 좀 적은 느낌이 들기는 했다. 부위도 모르겠고 나는 그냥 배부르게 많이 먹고 싶으니 이것저것 많이 시켜먹겠다고 하고는 많이 많이 시켜먹는 중에 찍은 사진.


 고기를 먹으며 회사 얘기도 하고, 가족들 얘기도 하고, 비즈니스 얘기도 하고...

 술이 점점 들어가면서 웃음 소리가 늘어나고.



 여기, 야키니쿠 사부라이에는 무려 두부김치가 있었다.

 두! 부! 김! 치! 일본에서 5년을 살았는데 두부김치를 파는 곳은 처음 봤다. 흐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끔 '일본에서 이제 한류는 한 물 가지 않았느냐.' 하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일본인들이 이렇게나 사랑하는 야키니쿠가 당당히 살아 남아있으니... 그런 질문은 아직 좀 빠른 것 같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두부 김치 사진을 보여줘야겠다.


 요 봐라!! 두부김치를 파는 가게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한류가!! 한 물 갔다꼬?!



 우리나라는 삼겹살 1인분이 2줄 혹은 3줄일텐데... 여긴 4조각. 진정한 금겹살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었다.

 이것도 한류의 영향인가. 한 번 시켜먹고 안 시켜먹었다.



 배부르게 먹기 위해 노선을 변경하여 주문한 저렴한 비엔나 소시지와 닭고기. 아주 맛있었다. 이후로도 비엔나와 닭고기는 계속 계속 시켜먹었다.



 메뉴에 카쿠테기라고 적혀있는 것이 있었는데, 지인분이 '이게 그렇게 맛있었다면서 꼭 먹어보자.' 하여 주문했더니.

 뭐야, 깍두기잖아.


 특히 이때는 맥주가 6잔, 7잔 들어간 상황이어서 깍두기를 보고는 어찌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카쿠테기ㅋㅋㅋㅋㅋㅋ카쿠ㅋㅋㅋㅋㅋㅋ테기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그 발음이네ㅋㅋㅋㅋㅋ난 또 무슨 특별한 요리라고ㅋㅋㅋㅋㅋ'


 이랬다.



 그렇게 재밌게 맛있게 먹고 마시고 계산을 했는데 역시나 가격은 다른 곳과 비슷했다는 느낌? 하지만 즐겁고, 배도 부르고, 술도 기분좋게 취했는데 무슨 상관일까.

 좋으면 됐지. 개인적으로는 야키니쿠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싹 버릴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오랜만에 먹은 깍두기가 너무 맛있었어.




 집에 가는데 노래방 얘기를 자꾸 꺼내시길래 물어봤더니, 실은 나랑 작년에 노래방을 가고 나서 노래방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면서, 오늘은 집에 늦게 가도 상관없으니 노래방이 꼭 가고 싶으시다 하여 찾아온 하카타 역 앞의 노래방 빅에코.


 아 나는 JOYSOUND 기계가 좋은데, 요즘은 DAM이 많아졌어.



 아주아주 재밌고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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