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매운 맛 라면과 높은 도수의 맥주 / 일본 불경기의 표현일까
- 일본/후쿠오카 직장인
- 2019. 3. 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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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 매운 라면이 엄청나게 늘어난 느낌이 든다. 매운 라면을 파는 가게는 물론이고, 이제는 편의점 컵라면, 컵누들 / 치킨 라면 같이 국민 라면들도 매운 라면을 슬그머니 출시하고 있다.
사실 매운 맛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의 불닭볶음면이나, 매운 떡볶이 / 매운 짬뽕과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지만...
변화가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이 편의점이다. 좁은 라면 코너, 다 해봤자 20종류 될까말까한 컵라면 코너에 꼭 매운 라면이 몇 종류 섞여있다.
특이한 점은 위 사진에 辛辛魚 라고 하는 라면은 정말 우리나라 불닭 볶음면 뺨치는 매운 맛이었다. 일본에서 5년 가까이 살았지만, 일본에서 먹은 일본 음식 중에 가장 매웠다.
보통은 맵다고 해서 먹어보면 신라면 정도인 경우가 많다.
ラ王에서도 매운 라면을 내놓았다. 사진은 반사가 심해서 좀 알아보기 힘들지만, 라면에 激辛(극한의 매운맛) 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아래 노란 스티커에 적혀있는 ‘新!発売(신 발매)’
세븐 일레븐의 ‘蒙古タンメン中本(모우코 탄멘 나카모토)’는 옛날부터 베스트 샐러였는데 매운 맛이 유행하는 요즘은 심하다 싶을 정도다. 야키소바, 냉동 탄탄면, 컵밥, 기간 한정 컵라면, 기간 한정 과자 등등등.... 기가 막힌 점은 이렇게 많이 쌓여있어도 다음 날만 되면 물건이 거의 없다는 점.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다. 위 사진의 컵라면은 좀 별로였지만, 기간 한정으로 출시했던 야키소바는 진열되고 그 날 오후에 가면 매진되어 있을 만큼 인기가 엄청났다. 나도 먹어봤는데 언제 또 나오나 항상 들러보게 되는 맛이다.
이외에도 냉동 탄탄면, 컵밥이 아주아주아주 맛있어서 자주 사먹는다.
조금 옛날 사진이지만 봉지 라면으로 유명한 ‘サッポロ一番(삿포로 이치방)’ 에서 내놓은 매운 라면.
辛さの中に、うまさがある。(매운 맛의 안에, 맛있음이 숨어 있다? / 매운 맛 안에, 맛이 숨어 있다?) 대충 이런 뜻인데 80년대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먹어보지는 않았다.
일본의 매운 맛을 표현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같은데, 하나는 중국의 마라 / 산초이고, 또 하나는 한국의 고춧가루인 것 같다. 컵누들은 마라를 넣은 컵라면을 발매했다.
シビうま、激辛(얼얼하다, 입이 저리다 + 맛있다 / 극한의 매운맛)로 맛을 표현해두었다.
치킨 라면이 발매한 激辛MADMAX. 고춧가루를 많이 넣은 맛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맵지도 않았고 맛도 엉성했다.
사실 위에 나열해놓은 컵라면들 대부분이 이렇다. 맵지도 않고, 맛도 애매하다.
매운 맛 20배의 카레. 겁 잔뜩 먹고 먹었지만 역시나 심하게 매운 맛은 아니었다. 조금 매콤하기는 했지만... 신라면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1년 전 사진이기는 하지만 후쿠오카에서 맵기로 유명한 라멘집의 라멘. 고춧가루를 왕창 섞어두었다. 이 고춧가루는 한국 농심에서 판매하는 김장용 고춧가루다.
맵지는 않았지만 맛은 괜찮았다. 거참 특이하네.
매운 맛 이전에는 도수가 높은 발포주(일본에서의 맥주 하위 호환)가 유행을 했었다. 역시나 거의 모든 맥주 회사가 7도에서 9도까지 다양한 맥주를 출시했었다. 딱 지금의 매운 맛 라면과 똑같이.
지금은 高도수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어? 이건 맛있는데?’ 하는 상품들만은 아직 인기가 많다. 아마 지금의 매운 라면들도 얼마 후에는 대부분은 자취를 감추고 맛있게 매운 라면들만 남을 것이다.
기린에서 판매하는 6도의 발포주. 정말 맛있었다.
높은 도수의 발포주가 인기를 끌던 당시에 ‘높은 도수, 저렴한 가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본의 서민들이 살기 힘들기 때문’ 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매운 라면의 인기를 보면서 ‘그런가?’ 했던 느낌이 ‘그렇구나...’ 하는 느낌으로 바뀐 것 같다.
센 술을 마시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일본 사람을 생각하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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