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후유증과 함께 써보는 일본 병원 이야기 / 병원비, 약값, 치과, 응급실

반응형

최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때문에 지진 어지럼증으로 많은 분들이 이 포스팅을 방문하고 계신걸로 알고있습니다.


이건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일본 특유의 민간요법 같은 건데, 계속해서 흔들리는 느낌이 나는 분들은 일단 먼저 방 한 구석에 물병을 놓아두세요. 그리고 흔들리는 느낌이 날 때마다 물병을 확인하시면 좋다고 합니다. 물병이 흔들리고 있지 않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꽤 좋아진다고 하네요. 만약 물병이 흔들리고 있다면 일단은 스트레스로 인한 어지럼증은 아니라는 의미겠죠.


저는 홈스테이를 했던 아주머니가 쿠마모토 분이라서 쿠마모토 소식을 자주 듣는 데, 쿠마모토 같은 경우 40대~50대 아주머니 분들이 원인 불명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지진 멀미와 메니에르라고 추측한다고 하는데 정확하게는 어떤 병인지 모른다고 하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지진이 점차 일어나지 않게 되면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어지럼증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증상이 심하여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으시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보시는 것을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저는 당시에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먹으면서 꽤 좋아졌었습니다.




벌써 2주나 지났나? 하는 생각이 든다.


4월 14일 9시 36분 쿠마모토에서 진도 7의 지진이 일어났고, 후쿠오카는 당시 4도의 지진이었다.

다들 이 지진 이후에는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4월 16일 새벽 1시 25분에 ''이 다시 왔고,

그때 당시 쿠마모토는 진도 7, 후쿠오카는 진도 5.


진도 5라고 하면 어떤 수준인지 대부분 느낌이 잘 오지 않을텐데,

나는 그때 진심으로, 농담 하나 없이 이불에 누워서 '내가 살고 있는 맨션이 무너져서 이대로 깔려 죽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다.


이 지진은 오사카 뿐 아니라 부산 까지 흔들렸다.



긴급지진정보 / 쿠마모토현에서 지진 발생. 강한 흔들림에 대비해 주십시오.


강한 지진(4도 이상)이 오면, 휴대폰에 따로 어플을 다운받아 설정을 해 두지 않아도 기상청에서 경고 메시지(위 사진)가 오는데,

이게 얼마나 공포인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나는 휴대폰의 진동 기능은 대부분 꺼 둔 상태인데, 이 메시지가 오면 꼭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일본에서 만든 휴대폰들은 지진이 옵니다!! 하고 경고 음성 메시지까지 나오더라고.


덕분에 한동안은 휴대폰 진동만 울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지진과 함께 온 것이 어지럼증.

'본진' 이후로 계속 땅이 흔들리고 있는 느낌이 있었고, 그게 1주일이 지나자 어지럼증과 현기증이 되어 계속 나를 괴롭혔다.

말 그대로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하루종일 파도가 엄청엄청엄청 심한 배를 타고 있는 느낌?


걸어다니면서도 흔들리는 느낌이 나니, 제대로 걷지 못하고 발이 땅을 계속 찼고,

물건을 잡으려 할때도 몸이 앞 / 뒤로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 나니 위화감이 엄청 심했다.

결국 참다참다 2주만에 찾아간 이비인후과에서 여러 검사를 한 후 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검사 결과가 나왔지만.


진료실에 앉아서 '원인이 뭘까?' 하고 의사 선생님과 같이 생각해서 나온 결론이, '지진을 겪어본 적이 없다보니 알게 모르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로 인한 어지럼증이 아닐까' 하고 결론을 내렸다. 들어보니 '지진 멀미'라고 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아마 그런 것 비슷한 게 아니었을까?

지금은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받아와서 증상이 많이 좋아졌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약간 어지럼증이 남아있는 상태다.


참고로 이 때 진료비2500엔약값800엔이었다.

진료비 2500엔이면 우리나라 응급실 진료비 수준이다. 역시 비싸구나.


일본에 오기 전에 3개월치 약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약값이 11,000원이었다.

이번에는 1주일에 8천원. 약값도 비싸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써보는 일본의 병원 이야기.


나는 일본에 와서 병원을 꽤 많이 갔는데, 그건 나만 그런게 아니다. 유학생 혹은 워홀러의 적지 않은 수가 일본 병원 신세를 많이 진다.

근데 병명을 보면 대부분이 심한 감기, 혹은 심한 복통 등등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병이 많은데, 그만큼 해외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게다가 문제점은 본인은 이 스트레스를 잘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나 역시 쿠마모토 혹은 후쿠오카에 와서 스트레스 받는 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병원 신세를 이렇게 많이 지는 걸 보면 내 몸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거겠지. 게다가 쿠마모토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놀고 먹었는데.


내가 연약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매일 30분에서 1시간동안 집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글쎄.


그러니 일본에서 꼭 건강보험을 가입합시다.



병원비 / 약값


일본에서 건강보험을 가입했다면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처럼, 전체 병원비의 30퍼센트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근데 그렇게 해도 일본의 병원비는 우리나라 병원비랑 비교하면 꽤 비싼 편이라서, 한 번 병원에 가면 최소 1,000엔 이상이라고 생각하는게 마음 편하고,

약값 역시 평균 1,000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


http://www.emec.co.jp/generic/


약값이 비싸다보니, 일본 약국에서는 제네릭 의약품(특허가 끝난 의약품을 다른 회사에서도 똑같이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사용하면 저렴해진다고 '어떻게 하실래요?'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지금까지 모든 약품을 다 이 제네릭 의약품으로 받았다. 안 죽은거 보면 괜찮은 듯.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사용되지 않는데, 일본은 엄청나게 보급되어 있나보더라.

본래 의약품과 똑같은 원리에 똑같은 안정성, 똑같은 성분을 사용한다고 하니 약값을 아끼고 싶다면 제네릭 의약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

불안하다면 그냥 일반 약품으로.



응급실 / 구급차


역시나 우리나라와 동일해서 구급차는 돈을 받지 않지만, 응급실은 보험이 되지 않아서 한 번 갔다오면 십만원 깨진다고 한다.

에이, 한국에서도 구급차 안 타봤는데 무슨?

탈 일 없을 것 같지?!


한국에서도 구급차 타본 적 없는 사람들이 일본 와서 구급차 타는 것 몇 번 봤다.

건강보험은 무조건 가입하고, 혹시나 여유가 있다면 일본 오기 전에 한국에서 해외 체류 보험 같은 것도 가입하는 게 좋을 듯, 물어보니까 한국가서 응급실 비용 다 돌려 받았다고 하더라.


삼성화재 / 글로벌 케어 보험

?

어쩐지 응급실도 잘 가더라. 다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 갔구만!!

나는 여유가 없어서 가입하지 않았음. 응급실 절대 안 갈거야...엉엉엉.



내과 / 이비인후과

内科(ないか) / 耳鼻科(じびか)


일본의 병원이 우리나라 병원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아직까지 굉장히 아날로그라는 것.

예를 들면 '진찰권'이라고 하는 것을 사용한다는 점인데, 우리나라도 옛날에 사용했다고 한다. 난 본적 없음, 젊은이라서. .

(지금 진찰권이라는 것을 검색해보세요. 검색 결과에 나오는 사진이랑 지금 제 지갑에 들어있는 일본 진찰권이랑 똑같이 생겼습니다.)

수기로 작성한 진찰권을 첫 진료가 끝난 후에 계산을 하면서 건내받는데, 이름이 적혀있고 언제 병원을 방문했다, 이런게 모두 수기로 적혀있다.


첫 진찰은 이런 진찰권도 받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는 탓인지 일본은 이 '초진비'가 꽤 비싸더라.

그러니 한 번 갔던 병원을 다시 가는 게 무조건 저렴하다. 그러니 처음 갈 때부터 '또 와도 되겠다!' 싶은 곳으로 가자.

나중에 또 다른 병원 가면 또 '초진비'라고 해서 돈이 왕창 깨짐.



내과는 쿠마모토 유학 시절, 열이 갑자기 40도까지 올랐는데 도저히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찾아갔었다.

내과에서 피검사와, 인플루엔자 검사 등등 여러 검사를 했는데도 원인을 알 수 없었고, 결국 쿠마모토 대학 병원에 소개장을 써줄테니 지금 당장 택시타고 갔다오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는데, 가기 싫다고 했더니 그럼 해열제 지어줄테니까 잘 먹고 무슨 일 있으면 꼭 대학병원 가기로 하고는 집으로 돌아옴.

(구급차 부르면 안되냐고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보니까 구급차는 택시도 못 타는 사람들이 타는 거라며 칼같이 거절당함.)


다행히 열은 다음 날 완전 괜찮아졌지만, 아직까지 원인이 뭐였는지 모르겠다.

(대학병원에 가지 않은 이유는, 무슨 척수 검사를 해야된다고 하던데 그게 너무 무서워서...)


이때 병원비가 초진비 3,000엔, 약값이 1,000엔 나왔다.

우리나라 같으면 응급실 비용이다, 3만원.



이비인후과는 귀가 갑자기 아파서 찾아간거 였는데, 앵간하면 참겠는데 입을 움직일 때마다 귀가 아파서 밥을 못 먹을 지경까지 이르러서 결국 찾아갔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게, 진료실에 의사 한 분과 간호사 5분이 서 있었다. 일본은 병원에 간호사가 왜 이렇게 많은거야?

결국 원인은 귀 안에 뜬금없이 염증이 생겼던 거였다. 염증이 생긴건 일본에서가 처음이었다.


이비인후과 초진비 1,360엔, 약값 1,130엔



치과

歯科(しか)


치과는 내가 가보지 못했지만, 알려주고 싶어서... 우리나라 치과보다 저렴한 진료가 있다고 한다.

아마 모든 병원중에 유일하게 한국보다 저렴한 병원이 치과가 아닐까?

피부과도 진료비랑 한 번 본적 있었는데 엄청나게 비싸던데...


일본은 충치를 치료할 때 우리나라와 다르게 아말감을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뭐지, 그 비싼 도자기나 금니를 사용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일본은 레진이 보험처리가 된다고.

블로그 후기를 많이 찾아봤는데, 한국에서 2개 30만원을 주고 한 레진을 일본에서 1개 2000엔, 2개 4000엔으로 해결했다는 포스팅은 경악 그 자체.


한국 돌아가기 전에 한국에서 아말감으로 떼워 놓은 충치를 레진으로 바꾸고 갈까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치과 무서웡.


http://hanoblog.com/composite-resin-3911

벌어진 이 메꾸는 것도 저렴하구나, 한국에서 견적 받았을 때 30만원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사랑니 발치가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고 한다.

쿠마모토에 있을 때 같이 유학을 와 있던 친구가 사랑니를 발치했었는데, 한국이면 10만원은 줘야 했을텐데 일본은 엄청 저렴했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참고로 사랑니는 일본어로 '親知らず' 라고 한다. 번역하면 '부모는 모른다' 혹은 '부모를 모른다' 인데, 

사랑니가 날 때 쯤이면 이미 독립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사랑니가 나는 것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다른 이는 유치가 빠지고 나는 반면 사랑니는 유치가 없으니 부모가 없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고.


그나저나 몇년 전 한국에서 치과에 충치 치료하러 갔다가 '사랑니 하나가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었는데...

사랑니는 일본에서 뽑아야겠다. 근데 안 나오면 안되겠니.



하지만 일본 치과도 우리나라와 다르게 비싼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스케일링.

우리나라는 최근 법이 바뀌어서 스케일링도 이제 '미용 목적'이 아니라 '의료 행위'라고 해서 1년에 한 번은 단돈 만 원에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일본은 4천엔에서 5천엔 정도 받더라. 그리고 하루 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 2번에서 3번은 와야 한다고.

하루는 검사, 하루는 아랫니, 하루는 윗니, 대충 이런 느낌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만약 치석으로 인해 잇몸이나 치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증명되면 보험처리를 해서 1000엔으로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치석으로 인한 문제임을 증명하려고 찍는 엑스레이나 각종 검사 비용이 결국 3000엔 정도 나온다고.


결국 일본에서는 스케일링을 받으려면 최소 3천엔 이상은 줘야 한다는 것.




마무리를 하자면, 서로 장단점이 확실하다.

한국은 병원비나 약값이 훨씬 저렴하고, 병원 설비도 비교적 좋은 기기들이 많은 듯.


근데, 일본 병원은 정말 너무 친절하더라. 간호사들도 정말 엄청 친절하고, 의사들도 완전 친절하다.

그리고 진료행위가 딱 책에 적혀있는 듯이 정석대로 행해진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음.

무슨 검사를 할 때 왜 이런 검사를 하는지, 왜 이런 약을 처방하는지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 해준다.

물론 그래서 대기시간이 길고 병원비도 비싸지만... 그래도 나는 일본의 시스템이 좋은 것 같아.


약국에서도, 약을 받으면 그 약이 무슨 성분인지 무슨 부작용이 있는지 적힌 설명서를 다 건네주고 또 하나하나 설명도 해준다.

한국에서도 설명서 달라고 말하면 받을 수 있는데,  말하면 '뭐 그런 걸...'이라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인쇄해서 건네주는 경우가 많더라.



뭐, 어쨌든 결과적으로 양쪽 다 치료는 잘 해주니까...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